본문 바로가기
영이의 리뷰/영화

기억으로 살아가는 우리 :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리뷰

by 영이 youngee 2024. 8. 23.
반응형

★해당 포스팅은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출처 : Google 이미지 /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한국 공식 포스터

 

1.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줄거리

1770년대 프랑스, 화가 마리안느는 자신의 그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꺼내 놓은 제자를 나무라며, 그 그림과 관련된 과거를 회상합니다.

몇 년 전, 마리안느는 한 여인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외딴섬으로 갑니다. 섬의 저택에서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라는 귀족 여인에 대해 듣게 됩니다. 엘로이즈는 수녀원에서 지내다가 언니의 사망으로 결혼을 위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결혼을 강요받고 있어 초상화를 그리려는 시도를 모두 거부해 왔습니다. 마리안느는 화가라는 사실을 숨기고 엘로이즈의 곁에 머물며 초상화를 그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저택에 갇혀 지내던 엘로이즈는 마리안느와 함께 산책하며 점차 친해집니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관찰해 몰래 초상화를 그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엘로이즈에게 죄책감을 느낍니다. 결국, 마리안느는 자신이 화가이며, 초상화를 의뢰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상처받은 엘로이즈는 초상화를 보고 혹평하지만, 둘 사이에 깊은 감정이 생기게 됩니다. 엘로이즈의 요청으로 5일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마리안느와 엘로이즈는 하녀 소피와 함께 깊은 유대감을 나누게 됩니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완성하며, 그림을 통해 교감하는 법을 깨닫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초상화가 완성되면서 이별을 맞이합니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에게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말하며, 엘로이즈 책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줍니다. 이사 후 떠나는 마리안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엘로이즈와 마지막 눈인사를 나눕니다.

몇 년 후, 마리안느는 전시회에서 엘로이즈가 자신의 초상화를 들고 있는 그림을 발견합니다. 엘로이즈 역시 마리안느를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한편 초대된 연주회에서 엘로이즈를 발견한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비발디의 '사계'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그저 바라봅니다.

 

2.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속 볼거리

영화 속 첫 번째 볼거리는 음악을 적재적소에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영화 내내 배경음악이 거의 없고, 필요할 때만 음악이 사용됩니다. 이는 캐릭터들의 감정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고, 마지막 비발디의 '사계'가 울려 퍼질 때 강렬한 인상을 주며 엘로이즈의 감정을 관객에게까지 전이시킵니다. 두 번째 볼거리는 여성들이 보여주는 끈끈한 연대입니다. 영화는 여성 간의 연대와 사랑을 중심으로, 당시 여성들이 처한 사회적 상황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현대 관객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세 번째 볼거리는 감각적인 촬영기법입니다. 영화는 그림 같은 풍경과 세밀하게 구성된 장면들을 통해 시각적으로 매혹적입니다. 색감, 조명, 구도 등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표현됩니다. 마지막 볼거리는 배우들의 강렬하고 뛰어난 연기입니다. 마리안느 역의 노에미 멜랑과 엘로이즈 역의 아델 에넬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기는 관객을 몰입하게 만듭니다. 두 배우의 감정선이 잘 드러나는 장면들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3.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둘의 사랑이 미완성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사랑은 완성되지 못하고 끝나지만, 그들의 감정은 강렬하게 전달됩니다. 이 미완의 사랑이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두 번째는 이유는 예술과 사랑의 교감이 관객에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예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집니다. 예술과 사랑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침묵과 여백의 미학에서 옵니다. 영화는 대사보다 침묵과 시선을 통해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러한 여백이 관객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만듭니다. 네 번째 이유는 역사적 배경과 현실입니다. 영화는 18세기 프랑스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당시 여성들의 삶과 사회적 제약을 현실감 있게 묘사합니다. 이에 따라 관객은 그 시대의 상황을 공감하게 되고,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마지막 이유는 상징적인 장면들의 강조입니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상징적인 장면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마지막 연주회 장면에서 엘로이즈의 눈물은 그녀의 감정과 기억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영화 전체의 주제가 다시 한번 강조됩니다.

 

4.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총평

감독 '셀린 시아마'는 실제 레즈비언으로서, 여성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그녀는 동성애로 인한 혼란보다는 처음 겪는 감정에 대한 혼란에 초점을 맞춰, 성별에 상관없이 사랑을 그려냅니다. 이는 셀린 시아마의 가치관과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상업 영화는 아니지만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퀴어 영화로 한정 짓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넓게 보면 여성 연대에 대한 영화입니다. 엘로이즈, 마리안느, 소피 세 사람이 보낸 5일은 짧지만, 그녀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세 사람은 수동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를 벗어나 능동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로 서로의 시선과 세상을 넓혀줍니다.

물론,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완전히 만족을 주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교적 자유롭게 살아가는 마리안느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영화 초반과 영화 후반의 모습을 비교하며, 그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